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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괴롭힘 경험을 쉽게 잊지 못하는 이유
등록일
2021-06-28
작성자
학생상담센터
조회수
218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느낌이 좋지않다. 등교해서 인사하던 친구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내가 말을 먼저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종일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오늘부터 또 시작인가? 아, 정말 학교에 오는건 지옥 같다.' 


최근에 연예인, 운동 선수 등 유명인들의 과거 행적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 비난 받는 이유는 학창시절 누군가를 괴롭혔다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내 괴롭힘은 물리적 혹은 비물리적 방식으로 다른 학생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괴롭힐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과연 정말 없었을지 의문이지만), 신체적인 폭력이 가해지지 않았더라도 당사자의 경험과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학교내 괴롭힘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수 많은 학교내 괴롭힘에 대한 기사 가운데 하나의 댓글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것을 보았다. 그 댓글은 '잊고 새 출발하면 되지. 도대체 10년도 더 된 이야기를 왜 꺼내는거야' 와 같은 내용이었다. 오래전 일이라고 쉽게 잊혀지는 것일까? 청소년 시기에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걸까?


첫 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아본 적 있는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친구와 심하게 다투었던 경험, 연인과 헤어졌던 경험, 부모님 혹은 가까운 누군가와 마찰을 일으켰던 경험 등을 떠올려 보라. 일(학업 등)에 대한 실패도 개인의 여러 기능적 측면을 손상시킬 수 있지만,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또한 개인을 심각하게 상처입힐 수 있다. 특히, 필자가 생각하기엔 일에 대한 실패보다 관계에 대한 실패와 갈등이 더 오래도록 머리에 남아 당사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듯하다. 


두 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은 과거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설계해 간다. 뜨거운 냄비인줄 모르고 무심코 들었다가 손을 심하게 데인 다음부터는 냄비를 들어야 하는 경우에 뜨겁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건드려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은 과거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현재의 인간관계를 설계해 간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긍정적 호기심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친교(intimacy)의 욕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관계에 대한 많은 경험이 없는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호기심과 친교에 대한 욕구 이전에 '저 사람이 나를 괴롭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경계심과 걱정이 먼저 끼어들어 상대를 경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꽤나 엄청난 일이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 서스럼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경계하며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청소년기에는 학교친구들의 영향력이 성인기때 친구들로부터 받는 영향력보다 높다는 것이다. 청소년기 개인의 관심 대상은 부모에서 상당 부분 친구로 옮겨간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많은 것을 가진듯 느끼며, 혼자라면 두려울 일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두려움이 작아진다. 친구관계는 개인에게 소속감과 친교의 욕구를 채워주는 좋은 창구가 된다. 하지만 그런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것을 넘어 나를 싫어하고 소외시키려고 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마치 세상을 잃는 것과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려 한다. 오랜기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내게 의미있는 정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경험이 내게 큰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이를 반복해서 경험하지 않으려고 괴롭힘의 피해자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리거나 힘들어 하고 있다면 무작정 강요하거나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