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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3):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
등록일
2020-12-02
작성자
학생상담센터
조회수
183

자기가 경험하는 불안을 이해하고 나아가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이전 글 참고)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관한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상황이 불안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1)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입었던 모든 옷은 빨거나 세탁소에 맡겨야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찝찝하다. 뭔가 보이지 않는 세균이나 더러운 것들이 잔뜩 묻어있을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병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달에도 세탁비가 몇 십만 원이 나왔다. 친구들은 너무 유난 떤다고 뭐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2) 도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밤새 뒤척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났는데, 서두르다가 욕실 등을 안 끄고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좀처럼 떠나가질 않는다. 별것 아닌 걸 아는데도 너무 찝찝하다. 빨리 집에 가서 불을 끄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퇴근 뒤에 헐레벌떡 집에 들어가 보니 집안은 깜깜하다. 하루 종일 켜져있지도 않은 욕실 등을 걱정했다는 사실에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나는 창문이나 갇혀있는 느낌을 주는 공간을 무서워한다. 좁은 공간이면 불안함이 더 커진다. 엘리베이터, 지하실 아니면 좁은 방에 있으면 답답하고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전 상담 선생님은 너무 좋으신 분이었지만 상담실이 너무 답답한 것 같아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상담을 그만둬버렸다. 미안해서 차마 선생님께는 이유를 설명드리지 못했다.


4) 나는 연애 찌질이다. 연애하는 방법에 관한 동영상과 글만 뻥 안치고 수만 개를 읽은 것 같다. 하지만 안된다. 진짜 못하겠다. 마음에 드는 이성 앞에만 가면 나는 아무 말도 못하게된다. 입도 뻥긋 못하고, 눈도 잘 못 마주친다. 주변 사람들은 멀쩡하게 생겨서 왜 연애를 못하냐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나도 하고 싶어 미치겠다 연애. 그런데 어떡하나 말이 안 나오는 걸.



사람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불안을 경험한다. 그 정도가 작은 경우에는 무심히 지나갈 수 있지만, 커져서 내 생활을 방해할 수준이 되면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예를 하나씩 살펴보자. 1)은 청결 혹은 오염과 관련된 불안 상황이다. 청결이 의심되는 무언가를 만지면 손을 씻는 행위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손을 씻는 것을 넘어서 비누를 바꿔가며 몇 번이고 손을 다시 씻는다거나(비누가 세균에 오염되었다고 생각해서), 보이지 않는 세균을 두려워해 과도한 행동을 할 수 있다. 2)에서 나타난 예시는 확인(checking)과 관련된 불안 상황이다. 가스밸브 잠그기, 현관문 잠그기, 차문 잠그기 등 일상에서 내 관리 영역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쓸 수 있다. 심하게 경험하면 회사의 미팅이 늦더라도 집으로 다시 돌아가 확인을 해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1)과 2)는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혹시나 싶어 말한다. 자신을 위 예시에 집어넣어 강박장애로 스스로 진단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된다. 자신을 정신질환 속에 억지로 집어넣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좁고 갑갑한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런 공간에 가면 심한 수준의 불안을 경험하게 되고 생리적/심리적 문제를 경험한다. 3)의 예시가 그것이다. 자신이 특정 공간을 싫어하는 데는(혹은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창문이 없다던가 좁다는 환경적 이유에서 그러하거나, 내가 꺼려하는 대상이 있어서 그럴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공간의 특성은 어떠한가? 간단하게는 특정 공간에 대한 자신의 선호 정도를 파악하고 그에 해당하는 공간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불안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4)와 같이 이성을 만나는 상황 자체가 내게 불안을 안겨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신과 동일한 성별의 구성원과 마주쳐온 과거 이력이 있거나, 그 대상에 대한 본인의 지각 체계가 불안을 유발하도록 구성되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잘 보이고 싶다'를 생각하고 멋진 말을 한참이나 고르다가 말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고르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결과적으로 내 언어의 절대량은 줄어들게 되고 상대에게 나를 드러낼 수 없게 된다. 즉, 상대에게 나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4가지의 예시는 필자의 머릿속에 있는 대표적인 불안 상황일 뿐, 불안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무궁무진하다. 무궁무진한 상황 속에 생각해야 할 부분은 나의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과 상황이다. 스스로가 이 부분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면 그다음 과정은 개입이다. 개입은 치료자의 치료 이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실제 자신의 불안 수준이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아마 이는 자신의 불안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오는 자기 이해로부터 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마지막 질문은 던지고 글을 마쳐야겠다. 나는 어떤 상황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