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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2):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대상(feat. 특정공포증)
등록일
2020-10-30
작성자
학생상담센터
조회수
246

엄마는 등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산에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산나물이나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요상한 이름을 가진 나무 줄기나 뿌리를 가져와 가족을 먹이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여름과 가을에는 산행을 주저한다. 특히, 혼자서는 여름이나 가을에 산에 거의 가지 않는다. 산행 동료를 한둘 모집하고 나서야 비로소 등산을 준비한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등산에 대한 엄마의 계절 특정적(?) 사랑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실처럼 길다란 몸뚱이에 낼름거리는 혀, 왠지 독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존재 때문이다. 그렇다. 바로 뱀이 엄마의 산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산행을 하다가 우연찮게 뱀을 마주하는 날이면 몇 시간동안 애써 채취한 산나물 꾸러미를 냅다 던져버리고 우사인 볼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뱀으로부터 멀리 도망친다. 이런일이 일어나면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주변사람들은 그 반응을 보고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가 뛸 수 있도록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 뱀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튼 뱀의 종류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색도 중요하지 않다. '뱀' 자체가 엄마에게는 극악의 공포 대상인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워하는 대상이 있다. 엄마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동물(예: 뱀, 거미 - 이 둘은 대표적으로 사람들이 공포반응을 나타내는 동물이다)을 두려워 할 수도 있고, 높은 곳이나 물 같은 자연환경을 두려워 할 수도 있다. 혹은 주사, 피(blood) 또는 날카로운 것에 대해 두려워 할지도 모른다. 앞서 설명한 대상에 대해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두려움 수준이 너무 지나쳐 일상을 방해한다면 이는 특정공포증(specific phobia)로 볼 여지가 있다. 몸이 극심하게 아픈데도 불구하고 주사를 맞는것이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차가 무서워서 상식적으로 시도할 수 없는 거리조차 걸어다니기만 하는 사람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한편, 동물이나 사물이 아닌 '사람'을 두려워 할수도 있다. 필자는 사람이 불안의 대상인 경우를 더 우려한다. 동물이나 사물은 피할 수 있지만, 사람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피할 수 없으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끊임없는 불안속에 나를 방치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을 긴장하게 하는 누군가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내가 누구를 신경쓰는지 생각해보자.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불안을 유발하는(공포와 불안은 동일 선상에서 볼 수 있으며, 불안이 극심해지면 공포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대상은 나와 위계적(상하)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대상으로부터 받는 평가와 판단이 곧 나의 자존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직장상사가 '자네는 업무처리가 도대체 왜 이렇게 미숙한가. 정말 실망이네.'라고 당신에게 말했다면, 당신은 업무에 대한 자신의 능력에 실망하고(자존감에 상처가 됨) 이후에 그 말을 했던 상사와 얽혀 일을 진행하게 될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장면이 떠오르거나, 또 한번 자존감에 상처를 받지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여기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장면을 되뇌이는 것, 업무능력으로 또 질책을 받지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하는 부분은 모두 불안이 몸집을 키우는데 좋은 먹이가 된다. 위계적 관계에 있는 대표적인 대상으로는 앞서 예를 들었던 직장상사 혹은 동료, 부모, 선생이나 교수 등 나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다수의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불안을 뿅!하고 한번에 제거하는데 큰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 불안이 어떤 원인에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불안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다룰지 상담자와 고민하는 것이 심리치료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내게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을 파악하는 것은 과도한 불안의 원인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나를 과도하게 긴장하게 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그 사람은 내게 어떤 사람인가?